어웨이
2014년 시작된 우크라이나의 내전 돈바스 전쟁은 2022년 러시아 침공으로 이어졌다. 평화를 향한 염원이 무색하게도 2023년에도 전쟁은 진행 중이다. 이러한 시기, 카메라는 곧 전선을 향한다. 인류 역사를 기록하는 책무를 다해온 영화는 비극의 순간을 묵묵히 담는다. 개막작 〈어웨이〉 역시 최전선의 영화다. 전쟁을 피해 헝가리로 탈출한 사춘기 청소년 안드레이와 알리사는 같은 처지의 난민 어린이들에게 미술을 가르친다. 피해자가 피해자를 거두는 일이 낯설지 않다. 이 와중에, 우크라이나의 상황은 긴박하다. 전장에 남겨진 가족과의 통화는 위태롭다. 헝가리 정부의 입장은 모호하고, 여론은 극단을 오고간다. 안드레이와 알리사가 시작한 반전 퍼포먼스는 경찰 신고로 이어진다. 겸손한 사과를 거듭하는 난민에게 제노포비아는 거침이 없다. 그러나 〈어웨이〉는 첨예한 상황에서 반짝이는 인류애의 순간을 담담히 담아낸다. 삶은 절망과 희망이 난무하는 만신창이지만, 그 속에서 우리는 희망을 향해 반걸음 내딛는 것이다. 그 걸음을 〈어웨이〉는 함께한다. 그것이 이 시대, 영화의 힘이다.